1.   현대사회속의 가정

   효는 가정의 윤리이다.  그런데 현대의 가정은 지난날의 가정에 비하면 여러가지 면에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원인은 주로 산업사회,국제사회로의 급속한 발전과정에서 생긴 의, 식, 주 생활여건의 변화와 이에 적응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변화에서 오고 있다.   산업사회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편의를 주고 있지만 또 그와 동시에 그 사회의 선진적 패턴인 서구사회의 생활양식과 인생철학을 모방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우리의 일상생활의 서구화를 나날이 가속화하고, 우리의 전통적 의식구조를 급격히 뒤흔들어 놓는 사태를 빚어내고 있다. 

효는 원래 서구문명이 일찍부터 등한히 해온 윤리강령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은 우리 사회의 서구화가 심하면 심할 수록 이 효라는 전통적 논리는 매우 심한 타격을 받게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테면 오늘의 한국 현대사회는 급격히 서구화의 물결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에 아직도 그 물결이 닿지 못하고 있는 많은 구석을 남긴 얼룩진 정황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와같은 추세는 어떠한 정신운동의 제동이 걸리지 않는 한 종당에는 급속한 서구화일변도로 기울어질 전망이 짙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나는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견지에서 오늘 효와 충의 문제가 강조되는 것은 매우 시기에 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현대적 가정생활의 여건은 반드시 효도를 실천하는데 유리한 조건은 못되고 있다.  가정생활의 마당이 아파아트건 세방이건 그것이 좁고 구차한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고, 안락한 서구식아파아트의 경우에도 이러한 가정생활의 장소에서 노인이 앉을 자리는 거의 찾을 수가 없다.  효를 노부모를 공경하는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면 우리에게는 이와 같은 여건의 불비가 있는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또 다른 곳에도 있다.  그것은 특히 도시가 지니는 병리에서 오고 있다.  순전히 물질적 이해타산으로 사는 상업도시의 분위기는 그 도시사회를 비윤리화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  그곳은 종종 가정을 파괴하는 忘境界, 유해한 환경이 되기도 한다.  요컨대 오늘 우리 한국 현대사회 속의 가정은 수많은 위협 속에 놓여 있다.  그것은 빈곤일 수도 있고 부유일 수도 있고, 이기독선의 사고방식일 수도 있고 타락과 방종의 정신샃태??수가 있다.  우리는 오늘의 효도를 이러한 상황속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