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붓을 제대로 잡을 줄을 몰라서 2-3년동안 붓글씨를 배우러 다닐 때 일이다. 하루는 붓글씨를 쓰고 있는데 어떤 50대 초의 부인이 위장병을 잘보는 의사를 소개해 줄 수 없느냐고 내게 말을 건넸다. 나는 위장병을 잘 고치는 의사가 과연 있는가하고 생각해 보니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단지 약을 써서 잘낫는 위장병을 잘 고치는 의사는 많겠지만 위장병 전체를 잘아는 의사는 있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위장병에는 전문의사가 필요한데 왜 그러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 부인은 자기 집안의 청년이 모대학의 강사로 있는데 현재 모의과대학 부속병원에 입원중이라고 하였다. 치료를 해도 병이 낫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병명이 뭐냐고 물으니 궤양성 대장염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 병은 약으로는 낫지 않고 정신치료를 해야 하는데 보통 내과를 쫓아 다니며 고생을 하는 병이라면서 그 원인은 어머니 또는 어머니와 같은 정서적인 의미를 가지는 존재로부터 갑자기 떨어졌을때 일어나는 병이라고 했더니 그 환자는 외아들인데 장가를 가고서 병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외국 유학에서 돌아와서 처음 취직한 모의과대학교수로 있을때 경험한 환자의 예를 들려 주었다. 모일류대학의 일학년에 재학중인 잘 생긴 남학생의 경우인데 누이가 되는 인턴의 말이 내과교수에게 치료를 받고 항생제를 복용해도 낫지 않아 내과 교수가 정신과로 가보라고 해서 데리고 왔었다. 인상은 아직 어린애같은 냄새가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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