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4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사찰벽화이야기] 상주 남장사 이백기경상천도 [사찰벽화이야기] 상주 남장사 이백기경상천도 “이태백李太白. 이 전후만고前後萬古의 으리으리한 「화족華族」. 나는 이태백을 닮기도 해야 한다.” 이 문장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당나라 시인 이태백을 역사상 다시없을 고귀한 족속이라 상찬하며 “닮기”까지 하려 하는 이 사람 말이다. 툭하면 한시漢詩를 읊조리며 취향을 과시하려 드는 늙다리일까, 아니면 고전을 공부하다가 일찍 겉멋이 들어버린 인문학도일까. 만약 그가 한국문학의 모더니스트 가운데서도 가장 급진적인 작가에 속하는 이상李箱이고, 고작 26세에 쓴 글이라 한다면 누군가는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라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당나라 시인을 흠모하는 젊은 모더니스트’란 진술은 빈약한 상상력에 생채기를 내기 십상이지만, 어쩌겠는가, 이상이 유서처럼 써내려간 「종생기終生記」에서 이렇게 말해놓은 강호진 | 호수 : 517 | 2017-11-28 09:49 [절집방랑기] 전남 순천 선암사 [절집방랑기] 전남 순천 선암사 “선암사는 봄이 제일 아름답지요?” 하고 스님에게 말했더니, “사시사철 언제나 그렇지요.” 한다. 고목에 매화필 때, 가끔 찾아가는 사람과 늘 거기 사는 사람의 차이가 그렇다. 가는 사람은 때가 있지만, 사는 사람은 때가 없다. 사랑과 삶이 그렇고, 추석에 만난 고향 집의 모자母子가 그러했겠다. 맞아도 좋을 만큼, 가을비가 내린다. 산사는 비에 젖어 가을 색이 더 짙다. 은행나무가 손을 뻗듯이, 늙은 기와지붕 위로 노란 가지를 내밀고 있다. 산벚나무는 단풍보다 먼저 빨갛게 물들었다. 불조전 앞에는 금목서가 지고, 은목서가 피었다. 은목서 향기는 앞뜰에 가득하고, 차꽃 향기는 뒤뜰에 가득하다. 구절초, 쑥부쟁이 같은 풀꽃들이 돌담, 무릎 아래 올망졸망 피었다. 곧 겨울이 닥칠 것이므로, 가지는 잎으로 가는 물 이광이 | 호수 : 517 | 2017-11-28 09:46 [불교무형문화 순례] 대승사 선방 장판 까는 날 [불교무형문화 순례] 대승사 선방 장판 까는 날 선방 수좌스님들이 안거 횟수를 말할 때 흔히 쓰는 단어가 있다. 장판때. 장판 깔린 선방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앉아서 참선했는가를 알려주는 단어이다. 수좌스님들이 ‘이제 장판때가 제법 묻었으니….’ 하며 법거량法擧量을 하는 것이다. 선방의 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반질반질한 장판과 방석뿐이다. 이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수좌스님들이 밤과 낮을 앉아서 보냈다. 좌선坐禪을 쉴 때는 방 주변을 돌면서 행선行禪한다. 쉼과 감. 선방의 장판은 오랜 기간 수좌스님들과 함께했다. 근대 고승들의 엉덩이가 장판에 눌어 붙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곳 대승사 대승선원 선방의 장판이 해졌다. 곳곳이 갈라지고 뜨고 벌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이 장판 위에 수많은 납자들이 몸을 내렸다. 혹자는 한자리 김성동 | 호수 : 517 | 2017-11-28 09:44 [불광통신] 한국불교 신행에 사경寫經을 수혈하자 [불광통신] 한국불교 신행에 사경寫經을 수혈하자 ●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인근의 삼진사三津寺는 직장인들이나 쇼핑을 나온 사람들이 잠시 들러 사경할 수 있는 절이다. 사찰에서 제공한 사경지에는 주로 불보살과 『천수경』 등 경전구절이 30자 정도 새겨져 있다. 한 번 사경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비용은 사경지 값 500엔을 받는다. 사경에 참여하는 사람은 20-30대 여성에서 60-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시내에 나왔다 들르는 사람도 있고, 퇴근 후 오는 사람,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 사경하는 사람들도 있다. 1-2명씩 찾아오던 사람들도 계속 늘고 있고, 친구를 초대해 함께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경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경이 끝난 후 절에서 스님들과 상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교계 큐레이션 미디어인 김성동 | 호수 : 517 | 2017-11-28 09:37 처음처음이전이전12끝끝
기사 (24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사찰벽화이야기] 상주 남장사 이백기경상천도 [사찰벽화이야기] 상주 남장사 이백기경상천도 “이태백李太白. 이 전후만고前後萬古의 으리으리한 「화족華族」. 나는 이태백을 닮기도 해야 한다.” 이 문장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당나라 시인 이태백을 역사상 다시없을 고귀한 족속이라 상찬하며 “닮기”까지 하려 하는 이 사람 말이다. 툭하면 한시漢詩를 읊조리며 취향을 과시하려 드는 늙다리일까, 아니면 고전을 공부하다가 일찍 겉멋이 들어버린 인문학도일까. 만약 그가 한국문학의 모더니스트 가운데서도 가장 급진적인 작가에 속하는 이상李箱이고, 고작 26세에 쓴 글이라 한다면 누군가는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라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당나라 시인을 흠모하는 젊은 모더니스트’란 진술은 빈약한 상상력에 생채기를 내기 십상이지만, 어쩌겠는가, 이상이 유서처럼 써내려간 「종생기終生記」에서 이렇게 말해놓은 강호진 | 호수 : 517 | 2017-11-28 09:49 [절집방랑기] 전남 순천 선암사 [절집방랑기] 전남 순천 선암사 “선암사는 봄이 제일 아름답지요?” 하고 스님에게 말했더니, “사시사철 언제나 그렇지요.” 한다. 고목에 매화필 때, 가끔 찾아가는 사람과 늘 거기 사는 사람의 차이가 그렇다. 가는 사람은 때가 있지만, 사는 사람은 때가 없다. 사랑과 삶이 그렇고, 추석에 만난 고향 집의 모자母子가 그러했겠다. 맞아도 좋을 만큼, 가을비가 내린다. 산사는 비에 젖어 가을 색이 더 짙다. 은행나무가 손을 뻗듯이, 늙은 기와지붕 위로 노란 가지를 내밀고 있다. 산벚나무는 단풍보다 먼저 빨갛게 물들었다. 불조전 앞에는 금목서가 지고, 은목서가 피었다. 은목서 향기는 앞뜰에 가득하고, 차꽃 향기는 뒤뜰에 가득하다. 구절초, 쑥부쟁이 같은 풀꽃들이 돌담, 무릎 아래 올망졸망 피었다. 곧 겨울이 닥칠 것이므로, 가지는 잎으로 가는 물 이광이 | 호수 : 517 | 2017-11-28 09:46 [불교무형문화 순례] 대승사 선방 장판 까는 날 [불교무형문화 순례] 대승사 선방 장판 까는 날 선방 수좌스님들이 안거 횟수를 말할 때 흔히 쓰는 단어가 있다. 장판때. 장판 깔린 선방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앉아서 참선했는가를 알려주는 단어이다. 수좌스님들이 ‘이제 장판때가 제법 묻었으니….’ 하며 법거량法擧量을 하는 것이다. 선방의 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반질반질한 장판과 방석뿐이다. 이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수좌스님들이 밤과 낮을 앉아서 보냈다. 좌선坐禪을 쉴 때는 방 주변을 돌면서 행선行禪한다. 쉼과 감. 선방의 장판은 오랜 기간 수좌스님들과 함께했다. 근대 고승들의 엉덩이가 장판에 눌어 붙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곳 대승사 대승선원 선방의 장판이 해졌다. 곳곳이 갈라지고 뜨고 벌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이 장판 위에 수많은 납자들이 몸을 내렸다. 혹자는 한자리 김성동 | 호수 : 517 | 2017-11-28 09:44 [불광통신] 한국불교 신행에 사경寫經을 수혈하자 [불광통신] 한국불교 신행에 사경寫經을 수혈하자 ●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인근의 삼진사三津寺는 직장인들이나 쇼핑을 나온 사람들이 잠시 들러 사경할 수 있는 절이다. 사찰에서 제공한 사경지에는 주로 불보살과 『천수경』 등 경전구절이 30자 정도 새겨져 있다. 한 번 사경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비용은 사경지 값 500엔을 받는다. 사경에 참여하는 사람은 20-30대 여성에서 60-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시내에 나왔다 들르는 사람도 있고, 퇴근 후 오는 사람,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 사경하는 사람들도 있다. 1-2명씩 찾아오던 사람들도 계속 늘고 있고, 친구를 초대해 함께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경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경이 끝난 후 절에서 스님들과 상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교계 큐레이션 미디어인 김성동 | 호수 : 517 | 2017-11-28 09:37 처음처음이전이전12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