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3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사찰음식기행] 냉이 밭에서 만난 냉이 보살들 [사찰음식기행] 냉이 밭에서 만난 냉이 보살들 누이들의 뒷모습 봄 아지랑이, 버짐. 낡은 합성섬유 ‘쉐-타’를 입은 누이들의 뒷모습. 바지런한 호미질. 내가 기억하는 냉이의 이미지다. 정작 그 나물의 향과 기운보다는 어린 누이들의 닳아버린 소맷부리가 더 생각난다. 그리고는, 온 집안에 가득히 퍼진 냉이 향이 코를 간질이던 기억들. 냉이인지 쑥인지 모르겠지만, 그걸 캐러 갔던 길에 보았던, 마을 뒷산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던 생각도 난다. 나른한 봄날, 바람은 여적 차가웁고 아지랑이 피는 동산에 누이들을 따라갔지. 서산에 차를 내리니, 후각이 잊지 않고 그 어린 시절의 동산으로 이끈다. 봄에 냄새가 있다면, 막 이 즈음이 아니고서야. 흙이 기운을 차려서 뱉는 호흡, 번식을 준비하는 온갖 생명들의 보금자리의 따사로운 냄새, 멀리 박찬일 | 호수 : 485 | 2015-03-31 13:51 [사찰음식기행]바다에서 건진 푸성귀, 김 [사찰음식기행]바다에서 건진 푸성귀, 김 | “김도 광합성을 한께, 농사라고 부르요.”그대로 배를 띄워 바다로 나아간다. 득량만을 둘러싼 온화한 지세에 푸근한 마음이 들지만 바람은 매섭다. 윤 사장, 아니 윤 선장이 엔진의 출력을 최대로 올린다. 피브이씨 선체가 날렵하게도 광활한 바다를 질주하자 바람의 차가운 입자가 그대로 볼에 얼어붙는다. “뱃놈은 나쁜 사람이 없어요. 나쁜 짓 하믄 바다가 얼마나 무섭겄소. 저 바다에 파도가 일어보소. 다 집어삼킬텐디.” 늘 바람 맞아 거칠어진 윤사장의 청동빛 낯빛이 듬직해진다. “오늘 날씨는 좋지라. 추워불면 이게 보통 농사가 아니오.” 꽤 멀리 나간다. 얼굴이 땡땡 얼어붙을 즈음에 엔진이 잦아든다. 박찬일 | 호수 : 484 | 2015-02-27 18:10 [사찰음식기행] 두부 꽃이 온다 [사찰음식기행] 두부 꽃이 온다 초당마을이 강릉의 명물이 된 사연두부는 절집에서 즐겨 쓰는 재료다. 부처님 재에 두부가 빠지지 않았다. 맛있고 푸짐하며, 심지어 짓는 일조차 경건하고 순결한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선조에 조포사가 있었다. 포泡는 두부를 이름이니, 두부 만드는 사찰이다. 그 속사정은 자못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고 우관 스님이 말한다. 왕가의 재를 절에서 모시면서 두부 지어다 바치는 일을 절에 종용했으리라는 것이다. 저간의 일이야 어찌 되었든, 절밥에 두부는 고마운 재료다. 『우관 스님의 손맛 깃든 사찰음식』이라는 책을 펴보니, 두부가 주가 되는 음식이 여섯 가지나 실려 있다. 두부구이조림에, 두부와 방아잎 장떡에다가 두부장아찌도 있다. ‘토박이할머니순두부’의 김규태 사 박찬일 | 호수 : 483 | 2015-01-29 16:32 처음처음이전이전12끝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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