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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옛 시문詩文은 오랜 세월 닳지 않고 빛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비교하자면 은은한 달빛이다. 먼 길 가는 나그네의 발밑을 비춰주고 가슴속 찬바람을 부드럽게 덮어주며 위무하는 달빛…. 천 년 혹은 수백 년 전 선인들이 남긴 옛 글은 나그네 머리 위에 동실 떠 있는 그 달을 닮았다. 슬픔과 그리움, 기쁨과 설렘, 허무와 절망……. 삶에서 만나는 온갖 감정을 독서와 사색으로 다스리며 써내려간 ‘정수淨水의 언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시중에는 옛 시문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고전학자와 한문학자들이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한 전문서도 있고, 원문보다 더 미려한 풀이로 작가의 감상을 더한 책도 있다. 시류에 맞게 인생의 지혜서로 다듬어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시문집도 있다.이 책은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틈틈이 옛 글을 찾아 읽고 덧붙인 소회를 모아 엮은 것이다. 법정法庭이야말로 인간의 민낯과 세상인심이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다. 법조인으로서, 그는 인간사 애환을 바라보며 느껴야 했던 번민과 소란한 마음을 옛 글에 기대어 풀고 다스렸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시문들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詩에서 지식인의 고뇌와 사유, 생활인의 어려움, 사랑, 우주적인 깨달음까지 아우른다. 덧붙인 소회는 현대인의 가벼운 삶에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김진태 | 호수 : 0 | 2016-05-1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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